시장동향

하루 만에 요동친 환율, ‘1370원의 진실’

shadefly 2025. 6. 3. 19:12

 


 2025년 6월 3일, 서울 외환시장은 극도의 혼란 속에 하루를 시작했다. 이른 아침, 원/달러 환율은 1,376원을 가볍게 상회하며 상승세를 보이는 듯했지만, 정오가 채 되기도 전에 1,373원대로 급락했다. 이후 장 후반부에는 다시 1,378원을 향해 반등하며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연출했다. 하루 변동 폭만 25원. 이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2022년 11월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극단적인 환율 변동이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 글로벌 경제는 지금 ‘정치 불확실성’ 속으로

이번 급등락의 가장 큰 원인은 단연 미국이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가능성을 높이면서 시장은 다시금 ‘트럼프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특히, 유럽연합에 대해 최대 5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언은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한층 키웠다.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주의는 달러에 대한 신뢰도를 흔들었고, 이는 곧장 달러 약세로 이어졌다.
달러가 흔들리자, 원화가 반사 이익을 본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 유럽과 중국, 반격에 나서다

이 와중에 유럽은 뜻밖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독일이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면서 유로화가 달러 대비 10% 가까이 상승했고, 이에 따라 글로벌 자금은 미국을 떠나 유럽으로 이동 중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최근 미·중 무역협상이 실질적 진전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위안화 강세로 연결됐다. 한국은 위안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 통화이기에, 위안화 강세는 곧 원화 강세로 이어졌다.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원화는 그 선두에 섰다.


📉 원화가 강해진 것이 정말 좋은 일일까?

많은 이들이 착각한다. “환율이 떨어졌으니 좋은 거 아닌가요?”
표면적으로는 그렇다. 여행을 가는 국민 입장에선 환전 비용이 줄어들고, 원자재 수입 기업에겐 긍정적이다. 하지만 한편으론 수출 기업에겐 악재다.
한국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원화 강세는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변동성'이다. 하루 25원 가까이 요동치는 시장은 누구에게도 유리하지 않다. 불확실성은 투자자와 기업 모두의 발을 묶는다.


🔮 앞으로 환율은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조심스럽게 말한다. “현재 흐름대로라면, 환율은 연말까지 1,250원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뒤엔 반드시 따라오는 단서가 있다.
“단, 미국 금리정책과 미·중 협상, 지정학적 변수 등에 따라 언제든 반전이 가능하다.”
즉, 환율은 단선적인 예측이 불가능한, 살아 있는 생물이다.
오늘은 달러가 약세지만, 내일은 미국의 고용지표 하나로 다시 강세로 돌아설 수 있다.


📝 결론: 환율, 그 숫자 뒤에 숨은 ‘정치와 심리’

오늘 우리가 목격한 환율 차트는 단순한 가격의 움직임이 아니다.
그 안엔 정치, 심리, 무역, 자본 흐름 등 국제 질서의 축소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하루 변동폭 25원은 시장이 보내는 신호다.
"지금 우리는 매우 불안하다."
투자자와 정책당국은 이 신호를 외면해선 안 된다.
지금은 안정이 가장 필요한 시간이다.